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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가볼 만한 곳 (삼덕항, 장사도, 사량도)

by knowinbox 2025. 7. 3.

통영 가볼 만한 곳 (삼덕항, 장사도, 사량도) 관련사진

섬은 언제나 저에게 특별한 공간입니다. 바다를 건너야만 닿을 수 있다는 그 거리감, 그리고 섬에 도착했을 때 느껴지는 다른 시간대의 공기. 통영은 섬으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해주는 도시이고, 그 안에서도 삼덕항은 여행자들에게 섬과의 첫인사를 건네는 출발점입니다. 제가 이번에 다녀온 여정은 삼덕항에서 시작해 장사도를 거쳐 사량도로 이어지는 코스였습니다.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오는 것이 아니라, 바다와 섬, 그리고 섬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만나고 오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각 장소에서 제가 느낀 인상 깊은 장면들과 마음속에 오래 남은 기억들을 천천히 풀어보려 합니다.

삼덕항에서 시작되는 섬 여행

통영 시내에서 삼덕항까지는 자동차로 약 20분에서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시내를 벗어나 남쪽 해안으로 접어들면서부터 바다 냄새가 서서히 짙어지고, 커다란 나무들과 굽은 길들이 맞아줍니다. 삼덕항에 도착하면 다른 항구처럼 복잡하거나 시끄럽지 않은 조용한 분위기가 반겨줍니다. 이른 아침이나 평일 오후에는 항구 자체가 아주 고요하고, 오히려 이런 분위기 덕분에 여행을 떠나는 설렘이 더 깊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항구 주변에는 회센터와 작은 식당, 매표소, 편의점 등이 있고, 길 건너편에는 어선들이 닻을 내리고 쉬고 있습니다. 여객선은 장사도, 사량도, 연화도 등 다양한 섬으로 향하며, 계절과 요일에 따라 배 시간은 조금씩 달라지므로 사전 확인은 필수입니다. 장사도행 배는 일반적으로 오전 중에 한두 차례 있으며, 사량도는 좀 더 배편이 규칙적으로 운항됩니다. 항구 직원분들이 친절하게 안내해 주시기 때문에 처음 방문하셔도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삼덕항은 떠나기 위한 장소이지만, 그 자체로도 잠시 머물며 풍경을 즐기기에 좋은 공간입니다. 저는 항상 배를 기다리는 동안 방파제 끝까지 걸어가곤 합니다. 그곳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면 장사도가 가까이 보이고, 멀리에는 사량도의 능선이 수묵화처럼 겹쳐져 보입니다. 낚시를 즐기는 이들도 있고, 한쪽에선 할아버지가 조용히 어망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풍경이 삼덕항을 단순한 교통의 거점이 아니라, 바다와 사람의 시간이 만나는 장소로 만들어 줍니다. 이 항구에서 여행을 시작한다는 것은 마치 차분한 인사를 건네고 길을 나서는 기분과 닮아 있습니다. 통영의 중심부와는 또 다른 리듬과 풍경이 시작되는 지점, 삼덕항은 늘 그런 마음으로 저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자연예술이 살아있는 장사도

삼덕항에서 배를 타고 약 15분 정도만 가면 도착하는 장사도는 작은 섬이지만, 그 속에는 압축된 아름다움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장사도는 섬 전체가 수목원처럼 조성되어 있으며, 꽃과 나무, 바위와 바다, 그리고 사람의 손길이 조화롭게 얽힌 공간입니다. 제가 장사도를 처음 방문했을 때는 늦봄이었습니다. 동백은 이미 시들었지만, 섬 곳곳에는 붉은 꽃잎이 떨어져 작은 카펫처럼 땅을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섬의 길은 주로 나무 데크나 완만한 흙길로 되어 있어 걷기 어렵지 않습니다. 입구부터 이어지는 산책로는 넓은 잎을 가진 남국의 식물들로 둘러싸여 있고, 그 사이사이에는 자연을 주제로 한 조형물들이 소박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벤치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을 수 있을 만큼 여유로운 분위기이며, 그 풍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돈됩니다. 제가 가장 좋아했던 구간은 해안절벽 쪽으로 난 오솔길입니다. 이 길을 걷다 보면 바다가 발아래 펼쳐지고, 멀리 통영의 본섬과 다른 섬들이 겹겹이 보이는 장면이 나타납니다. 장사도의 진짜 매력은 시간에 따라 표정이 바뀐다는 점입니다. 오전에는 이슬을 머금은 잎들이 햇살에 반짝이고, 정오 무렵에는 바람이 숲 속을 지나며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줍니다. 오후가 되면 햇살이 부드럽게 사라지며, 붉은 석양빛이 바위에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저는 마지막 배를 타기 전, 섬 서쪽 끝 작은 바위 위에 앉아 해가 지는 모습을 오래 바라봤습니다. 관광객도 거의 없어 마치 섬 전체를 나 혼자 빌린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장사도에는 상점이나 음식점이 없습니다. 이곳은 단지 자연 속을 걷고, 스스로를 내려놓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저는 도시락을 준비해 갔고, 조용한 전망대 벤치에서 혼자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 경험은 지금도 마음속에 아주 맑고 고요하게 남아 있습니다. 섬이라는 공간이 줄 수 있는 감동은 단순히 자연 풍경이 아니라, 그 안에서 스스로와 마주하는 시간에 있다는 것을 이곳에서 배웠습니다.

사량도에서 만난 능선의 감동

사량도는 통영의 수많은 섬들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 능선 때문입니다. 지리망산으로 이어지는 사량도의 등산로는 한 번쯤 걸어본 사람이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삼덕항에서 배를 타고 약 40분 정도 걸려 도착하는 내지항은 사량도의 관문이자, 마을의 중심이기도 합니다. 항구에 내리면 여느 어촌마을처럼 조용하고 정갈한 분위기가 흐르며, 그 너머로 이어진 능선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리망산 등산로는 비교적 가파르고 험한 구간이 있어 초보자에게는 다소 도전적인 코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정한 준비만 있다면 누구나 오를 수 있으며, 올라간 만큼의 감동은 배가 되어 돌아옵니다. 중간중간에 설치된 계단과 밧줄을 이용해 바위를 넘고 능선을 따라 이동하는 여정은 마치 작은 탐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특히 망산 전망대에 이르면 사방이 탁 트인 뷰가 눈앞에 펼쳐지며, 동서남북 어느 방향이든 바다와 섬들이 겹겹이 포개져 보이는 압도적인 풍경이 나타납니다. 그 풍경 앞에서는 누구나 말이 줄어듭니다. 제가 정상에 도착했을 때는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고, 눈앞에 펼쳐진 바다는 하늘빛을 그대로 품은 듯 파랗고 깊었습니다. 그 아래로는 작고 하얀 배들이 점처럼 떠 있었고, 능선은 바람을 타고 천천히 흔들리는 풀로 가득했습니다. 자연 속에서 자신이 얼마나 작고도 소중한 존재인지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시간. 그것이 사량도 능선이 주는 감동입니다. 하산 후에는 항구 근처 식당에서 간단한 식사를 했습니다. 메뉴는 소박했지만 정갈했고, 따뜻한 된장국과 구운 생선은 땀 흘린 뒤의 몸에 아주 잘 스며들었습니다. 마을은 조용했고, 해 질 무렵의 사량도는 마치 한 폭의 풍경화처럼 고요하게 저를 감싸 안았습니다. 능선을 넘고 나서 만난 이 평화로운 마을의 모습은, 마치 거친 산을 오르며 마음을 씻고 난 후에 맞이하는 보상처럼 다가왔습니다. 사량도는 풍경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그 속에서 마주치는 자신과의 대화가 진짜 여행의 의미를 찾아주었습니다. 통영의 섬들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여정으로 사량도는 오랫동안 제 기억 속에 살아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