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자주 다니다 보면 화려하거나 유명한 곳보다는 조용하고 소박한 장소에 끌릴 때가 있습니다. 저에게 통영의 연대도는 그런 느낌의 섬이었습니다. 사람이 많지 않고,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특별한 이벤트 없이도 머무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그 연대도를 중심으로, 어떻게 가고 무엇을 보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을지를 차분히 풀어보려 합니다.
연대도 가는 방법
연대도는 통영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작은 섬입니다. 출발은 통영 삼덕항에서 하게 되며, 욕지도와 함께 운항되는 여객선을 통해 연대도 선착장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배는 하루에 몇 차례만 운항되기 때문에 시간 확인은 필수입니다. 연대도는 욕지도보다 더 가까운 위치에 있어 배로는 약 30분 내외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조용한 섬답게 선착장에 내리면 자동차 소리보다는 파도와 바람 소리가 먼저 들립니다. 이 섬은 크지 않기 때문에 도보로 둘러보기에 무리가 없습니다. 자전거를 가져가는 사람도 간혹 보이긴 하지만 섬 내에 자전거 대여 서비스는 없는 편입니다. 배편은 왕복 기준으로 사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고, 특히 성수기에는 돌아오는 배가 매진되는 경우도 있어 여행 계획을 짤 때 미리 왕복 시간까지 정해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연대도는 일정을 넉넉히 잡기보다는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규모이며, 욕지도와 연계해서 여행하는 코스로도 자주 선택됩니다. 개인적인 팁으로는 아침 일찍 첫 배를 타고 들어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래야 햇살이 가장 따뜻하고, 조용한 마을 풍경도 온전히 즐길 수 있습니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여유 있는 산책과 조용한 풍경 사진을 담기에 더할 나위 없는 시간대입니다. 특히 평일에는 현지 어르신들만이 천천히 섬을 오가며 움직이고 있어서, 정말 고요한 시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연대도의 자연 풍경
연대도는 크지 않지만 자연이 정말 아름답게 보존된 섬입니다. 이곳에는 연대봉이라 불리는 해발 약 190미터 정도의 산이 있으며, 정상까지 오르는 산책로는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경사도 그리 가파르지 않아 운동화만 있으면 누구나 무리 없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정상에 오르면 통영 앞바다와 여러 섬들이 한눈에 펼쳐지는데, 날씨가 맑은 날에는 멀리 욕지도와 한산도까지도 선명하게 보입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소리와 풀잎이 스치는 소리만이 들리는 그 정상에서의 풍경은 정말 잊기 어려웠습니다. 등산 후에는 해안가를 따라 산책하기에 좋습니다. 특히 연대도 해안 둘레길은 섬 전체를 따라 이어지는 코스는 아니지만, 주요 포인트에는 벤치와 나무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습니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곳곳에 작은 갯바위와 자갈밭이 있어 잠시 쉬어 가기에도 좋고, 조용한 어촌의 분위기를 느끼기에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바닷바람은 도심에서의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듯했고, 섬의 색감은 어떤 필터보다 자연스럽고 따뜻했습니다. 봄에는 섬 안쪽 골짜기에 야생화가 피어나며, 여름에는 녹음이 짙어져 산책길이 그늘이 되어줍니다. 가을은 황금빛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고, 겨울에는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갈매기와 마주할 수 있습니다. 연대도는 그렇게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며, 어떤 시기에 가더라도 후회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특히 섬 전체에 큰 상업시설이 없기 때문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 이곳의 큰 매력입니다.
연대도에서의 하루 일정
연대도는 하루 정도면 충분히 섬 전체를 둘러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급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습니다. 이 섬에서는 천천히 걷고 오래 머물수록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침 일찍 도착했다면 우선 마을 골목을 따라 산책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집집마다 자그마한 텃밭이 있고, 고양이들이 종종 담벼락 위를 거닐고 있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긴 했지만 너무 손대지 않은 느낌, 그런 풍경이 연대도에서는 자연스럽게 펼쳐집니다. 점심은 섬 유일의 작은 식당에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메뉴는 매일 바뀌는 편인데, 주로 어획 상황에 따라 생선조림이나 된장국, 밑반찬이 정갈하게 차려지는 집밥 스타일입니다. 음식의 맛은 특별하다기보다는 정겹고 담백하며, 무엇보다 조미료 맛이 덜해서 식사를 하며 건강해지는 느낌마저 듭니다. 식당은 많지 않기 때문에 미리 확인하고 운영 시간을 체크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식사 후에는 연대봉을 천천히 오르고, 정상에서 시간을 넉넉히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관광지처럼 바쁘게 내려오지 말고, 조금은 멍하니 앉아 바다를 보면서 생각을 정리해 보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내려온 뒤에는 선착장 근처 해변에서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며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돌아오는 배 시간에 맞춰 여유롭게 준비하면, 마음에 무리가 없는 여행으로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연대도는 작지만 깊이 있는 섬입니다. 여행이란 것이 결국 마음을 쉬게 하는 일이라면, 이 조용한 연대도는 그런 여행의 정답에 가까운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하루, 말없이 머무는 시간 속에서 진짜 여유를 찾게 되는 섬. 저는 연대도를 그렇게 기억하고 있습니다.